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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심리

게으름은 인간의 본성인가?

by Dr.PTY 2023. 5. 21.

게으름은 타고난 성품일까?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간섭 받기를 싫어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 자유를 침해 당할 때, 사람들은 자신을 얽매고 있는 틀에서 벗어나고픈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새벽 일찍 출근하는 것을 힘들어 하고, 층층시하의 위계질서 속에 편입되는 것을 싫어하며, 틈만 나면 꾀를 부릴 궁리를 한다. 그렇다면 사람은 본래 게으름을 타고 나는 것일까?

콜로라도 대학 연구팀의 2014년 연구에 의하면, 게으름도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연구팀이 일란성 쌍둥이 181쌍과 이란성 쌍둥이 166쌍을 대상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연구한 결과, 두 명 모두 성실하거나 게으른 비율이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똑같이 게으르거나 성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연구결과가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다. 게으름이 인간 본성의 일부라면, 성실성 역시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은 게으른 동시에 부지런한 존재이다.

사람들이 인간 본성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게 된 지는 꽤 오래 되었다. 인본주의 심리학이 출현하기 전까지 심리학자들은 인간 내면의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었다. 특히 정신분석학자들은 어린 시절의 억압과 좌절이 자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 주목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자아는 이기심과 편견, 탐욕과 무책임으로 얽혀 있다는 인식이 널리 전파되었다. 이후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다른 동물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면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게으름뱅이라는 인식이 더욱 확산되었다.

< 사람들은 인간 본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

인간을 통제하고 감시해야 할 존재로 여기는 것도 이 같은 인식에서 출발한다. 1960년, 더글러스 맥그리거(D. McGregor)는 이러한 관점을 ‘X이론’이라 명명한 바 있다. X이론은 사람이 선천적으로 게으르고 일하기 싫어한다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인간은 강제하고 처벌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며, 일에서의 성취를 통해 즐거움을 느낀다. 맥그리거는 이러한 관점을 ‘Y이론’이라 명명했다. Y이론은 인간에게 일은 놀이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목표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으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다. 따라서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면 사람은 자발적으로 일에 몰입한다.

게으름과 휴식모든 사람이 일에만 몰두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적당한 휴식은 필요하다. 일만 할 것 같은 개미 집단에도 게으름뱅이는 있다. 2015년 미국 애리조나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어떤 개미 집단의 경우 절반 가량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개미들이 쓸모 없는 존재는 아니다. 연구자들은 이 개미들이 동료들의 부상이나 갑작스런 사망에 대비한 예비 일꾼이거나 전투병력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2016년에도 일본 연구진이 개미 집단의 존속을 위해 일하지 않은 개미가 일정 부분 존재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의 관찰 결과 이 개미들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친 동료들이 휴식을 취하는 동안 대신 일에 투입되는 개미였다. 연구팀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 모든 개미가 한꺼번에 일하는 집단보다 번갈아 가며 일하고 휴식하는 집단이 더 오래 살아남았다. 근면한 개미만 모인 집단은 구성원들이 한꺼번에 지쳐 버려 알을 돌보는 데 문제가 발생했다.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동기부여가 잘 되는 개체와 적당히 휴식을 취하면서 이들을 뒷받침 하는 개체가 섞여 있는 집단이 오래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즉 복잡하고 다양한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자극에 대해 달리 반응하는 구성원들이 섞여 있어야 한다. 개미도 과로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열심히 일만 하는 개미들이 모인 집단은 동시에 피로도가 높아져 집단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다.

누구도 게으른 존재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사람에게는 휴식과 안락이 필요하다. 그러나 누구든 게으른 존재가 되고 싶어하지는 않으며, 게으른 사람으로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 사람은 동기가 주어졌을 때 기꺼이 게으름을 포기한다는 2010년 연구 결과가 있다. 시카고대학의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설문지를 서로 다른 곳에 제출하도록 했다. 참여자 절반에게는 옆에 있는 방에 설문지를 제출하도록 하고, 다음 설문을 위해 15분간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왕복 15분이 걸리는 곳에 설문지를 제출하게 하고, 휴식 없이 다음 설문에 응하도록 했다. 설문이 끝난 후 참가자의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가까운 곳에 설문지를 제출하고 휴식을 취했던 학생들보다 휴식 없이 15분 동안 바쁘게 움직인 학생들의 만족도 더 높았다.

다음 실험에서는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제출할 곳을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그러자 참가자의 30%만이 멀리 떨어진 곳에 설문지를 제출했다. 70%는 굳이 먼 곳까지 발걸음을 하지 않고 게으름을 선택한 것이다. 연구팀은 학생들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설문지를 제출한 대가로 초콜릿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고는 두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초콜릿이 다른 종류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먼 곳을 선택한 학생의 비율이 60%까지 늘어났다.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초콜릿이 다르다는 사소한 동기만으로 학생들의 행동이 변화한 것이다.

이 실험은 게으름이 우리의 본성을 지배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행동해야 할 이유가 있으면, 우리는 과감하게 게으름과 결별한다. 사람들은 그럴 듯한 동기만 있으면 기꺼이 행동에 나서며, 심지어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타인과 공동체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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