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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무심코 넘긴 정보들이 성공의 발판 일 수도 있었다.
인간의 심리

인간의 심리와 관련된 행동경제학

by Dr.PTY 2023. 5. 14.

인간이 느끼는 이득과 손실의 차이

우리 인간은 정신이 없고, 약간 과체중인 경향이 있으며, 일을 미루고,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중략) 결정적으로, 인간이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인간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알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2017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 소감 중

여러분은 아래의 두 상황에서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두 상황 모두 0.001%의 확률로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상황 1]의 결과는 이득을 주는 반면 [상황 2]는 손실을 준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이 사례는 행동경제학자 리처드 탈러의 연구에 등장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상황 1]에서는 200달러를, [상황 2]에서는 10,000달러가 넘는 금액을 불렀다고 합니다. 위험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이득과 손실 중 어느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사람들이 다르게 반응한 것이지요. 우리는 이를 통해 인간이 이득보다 손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전통적인 경제학의 영역에서는 합리적이지 못한 행위로 여겨집니다.

용어 정리
* 제한된 합리성 (Bounded Rationality)허버트 사이먼이 1956년 제시한 개념으로, 인간은 해결해야 할 문제의 크기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보다 큰 경우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함.** OTT(Over-The-Top)'셋톱박스의 범위를 넘어서'라는 의미로,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드라마, 방송 등 다양한 유형의 미디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함.
교육과정
·고등학교「경제」경제생활과 경제 문제

현실의 사람들은 실패와 손해를 본능적으로 회피하고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기를 바라며 행동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식 투자할 때 많은 사람들이 보유한 종목의 가격이 조금만 오르더라도 가격이 떨어질 것을 걱정해 곧바로 팔아치우거나, 종목의 가격이 폭락한 경우에 손해를 외면한 채로 가격이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계속 보유하기도 합니다. 현실의 인간이 전통적인 경제학의 이론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인간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려 하는 이기심을 갖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인간이 알고 있는 정보가 완전하며, 상황을 반복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한다는 것을 가정하고 이론을 펼쳐나갔습니다. 이러한 관점을 지닌 경제학자들은 일부 개인은 비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결과가 나타나며, 만약 비합리적인 결과가 발생한다면 그것은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인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들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외부 요인들을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고 보았고, 실제로 이러한 관점의 경제학은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통 경제학의 이론에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하며 등장한 새로운 경제학이 있었습니다.

행동경제학, ‘제한된 합리성’을 거론하다

지나치게 풍부한 정보는 오히려 주의의 빈곤을 초래한다.
(A wealth of information creates a poverty of attention.)

-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

 

행동경제학은 심리학, 사회학, 문화학 등 다양한 학문의 관점에서 인간의 행동을 해석하는 경제학의 한 분야입니다. 허버트 사이먼(Herbert A. Simon)은 이러한 행동경제학을 최초로 연구한 것으로 알려진 학자입니다. 그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라는 개념을 통해 전통 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인간은 스스로 알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충분히 좋다는 생각이 드는 대안을 선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한 인지 능력의 한계로 인해 인간은 지나치게 많은 정보 속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선택을 할 때 모든 경우를 고려해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됩니다. 결국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선택 자체가 비합리적이게 되는 것입니다. 사이먼은 이러한 연구를 통해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였고,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 버넌 스미스(Vernon L. Smith),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와 같은 행동경제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간의 ‘효용’에 대한 다른 시선

18세기의 수학자 다니엘 베르누이(Daniel Bernoulli)는 사람들이 느끼는 효용은 소비에 따라 정해지며, 동일한 자산을 가진 사람은 동일한 제품의 소비에 대해 동일한 효용을 느낀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베르누이의 주장은 경제학에서 한동안 정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런데 심리학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는 1979년에 <전망이론: 위험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베르누이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그들은 인간의 효용은 단순하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이를 수학적으로 규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효용은 사람들마다 주관적으로 설정한 기준점으로부터 움직이는데, 이때 효용이 이익보다는 손실의 방향으로 더욱 민감하게 변화한다고 보았습니다. 손실로 인해 감소한 만큼의 효용을 상쇄하려면 손실보다 더 큰 이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앞서 백신과 의학 실험의 사례를 통해 살펴본 내용으로,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릅니다.

두 사람은 심리학을 접목해 경제학의 저변을 넓힌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전통 경제학의 오래된 가정을 다른 사회과학의 관점에서 검증한 결과를 인정받은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이와 같이 ‘합리성’과 ‘효용’에 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했는데, 이 글에서는 대표적인 사례 몇 가지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내 것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소유 효과

그림2내가 소유한 자동차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현상

앞서 다룬 손실 회피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의 가치를 갖고 있지 못한 물건보다 크게 느끼는 소유 효과(Endowment Effects)에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대안을 실제로 선택함으로써 얻은 효용보다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포기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적게 여기는 경향도 이러한 소유 효과를 통해 이해할 수 있는데, 일상에서 소유 효과의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홈쇼핑에서는 100% 환불을 보장하는 제품들이 많은데, 얼핏 생각하면 “제품을 구매한 뒤 환불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실제로 환불하는 구매자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합니다. 또 쓰던 물건을 중고시장에 판매하려고 할 때, 구매자가 제안한 금액이 생각하고 있던 수준과 너무 차이가 나 기분이 상하는 경우도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티빙(TVING), 왓챠(WATCHA)와 같은 OTT(Over-The-Top)** 플랫폼이 구독 서비스를 첫 1개월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소유 효과를 비즈니스 마케팅에 적용한 사례에 해당합니다. 이는 무료 이용 경험을 통해 OTT 서비스를 '내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유료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기준점이 판단에 미치는 영향, 닻 내림 효과

배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정박하기 위해서는 제자리에 닻을 내려서 고정해야만 합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들의 사고 역시 닻을 내리는 것과 같아, 각자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기준점에 고정되며 이로 인해 사고의 범위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바로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합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할 때도 자신의 나이와 비교해서 판단하고, 어떤 물건의 수가 많은지, 적은지를 판단할 때에도 기준점이 되는 수량을 감안해서 판단합니다. 이러한 기준점은 상황에 따라 고정 관념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 고정 관념에 갇히면 정보를 왜곡해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그림3같은 가격이지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B 쇼핑몰의 가방

똑같은 가방을 A 쇼핑몰에서는 8만 원에 판매하는 반면, B 쇼핑몰에서는 10만 원에서 20%를 할인한 8만 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경우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동일하나, 소비자는 B 쇼핑몰에서 더 큰 구매 욕구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가 10만 원이라는 원래의 가격을 마음 속에 닻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8만 원을 보게 되었고, 이로 인해 2만 원의 할인을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에게 딜러가 비싼 모델을 먼저 보여준 뒤, 갈수록 저렴한 모델을 보여주는 것도 이러한 닻 내림 효과를 이용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는 처음에 본 모델의 가격을 기준점으로 삼은 상태에서 마지막에 본 모델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판단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정보를 제공하는 순서를 바꾸었을 뿐이지만, 이는 소비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금액이 같지만 다른 돈, 심리적 회계

전통 경제학에서는 돈은 금액에 따라서만 가치가 매겨집니다. 2만 원은 1만 원보다는 금액이 크고, 3만 원보다는 적을 뿐입니다. 그런데 행동경제학에서는 사용자가 돈의 출처나 소비 계획 등에 따라 돈의 가치를 다르게 매긴다고 보는데, 이를 심리적 회계(Mental Accounting)라고 합니다.

심리적 회계와 관련해서도 리처드 탈러가 언급한 사례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갑에 10만 원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1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아래의 두 상황에서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여러분은 [상황 1]에서는 '현금 1만 원'을, [상황 2]에서는 '1만 원을 주고 구매한 영화표'를 잃어버렸습니다. 잃어버린 것은 다르지만 여러분이 입은 손실은 동일합니다. 그런데 실제 실험 결과 [상황 1]에서는 88%의 사람들이, [상황 2]에서는 46%의 사람들이 영화표를 구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사람들이 마음 속으로 영화 관람에 특정한 금액만큼을 할당한 다음, 그 금액을 초과하는 지출은 꺼렸기 때문입니다. [상황 1] [상황 2]에 다른 응답을 한 사람들은 현금 1만 원과 영화표의 가치를 다르게 느끼고 있습니다.

심리적 회계는 비합리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예금 계좌에 현금을 보유한 상태에서 그보다 이자율이 높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아 이자로 인한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마음 속에서 예금과 대출을 각기 다른 항목의 회계로 편성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해외여행에서 귀국을 앞두고 그 나라에서 쓰기 위해 환전했던 돈이 소소하게 남았을 때 현지에서 돈을 모두 쓰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상품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행동 역시 여행에 편성해 둔 경비를 모두 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적 회계의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는 프레이밍 효과

사람들은 정보가 주어지는 방식에 따라 정보를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반밖에 남지 않았어.”라고 말하면서 절반의 물이 담긴 컵을 건네준다면, 컵을 받은 사람은 그 말에 따라 물이 반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스팸 메일을 차단하는 두 프로그램이 월 10,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A 프로그램은 1%의 스팸 메일만을 허용하는 반면, B 프로그램은 99% 스팸 메일을 차단한다고 표시하고 있습니다. 두 프로그램의 차단율은 99%라는 점에서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프로그램을 구매할 생각이 드시나요?

그림3스팸 메일 차단율을 다른 방식으로 표기한 두 프로그램

‘허용’보다는 ‘차단’이라는 표현에 반응해 B 프로그램을 구매하려는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A 프로그램의 ‘허용’이라는 표현은 스팸 메일을 보게 될 1%의 손해 가능성을, B 프로그램의 ‘차단’이라는 표현은 스팸 메일을 보지 않게 될 99%의 이득 가능성을 크게 인식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대니엘 카너만은 이와 같은 프레이밍 효과에 대해, 사람들이 이득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위험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해석하고, 손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위험을 감수하는 방향으로 정보를 해석한다고 보았습니다.

행동경제학을 통해 다시 보는 경제학

지금까지 살펴본 것과 같이 행동경제학자들은 기존 경제학의 이론이 불완전함을 보이는 증거를 제시해 왔고, 이는 20세기 이후 발생한 시장과 정부의 다양한 실패를 설명하는 도구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최근에는 환경, 보건, 에너지 등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분야에서 행동경제학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업과 정부의 입장이 차이를 보입니다.

기업은 주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해 이윤을 높이기 위해 행동경제학을 비즈니스 전략에 도입하는 반면, 정부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파악해 정책의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을 정책에 도입하려는 세계 각국 정부의 노력은 매우 활발합니다. 영국은 2010년 국무조정실 산하에 BIT(Behavioural Insights Team)를 설치하고 리처드 탈러를 자문관으로 임명했으며, 정부 및 공공기관의 업무를 행동경제학적인 관점에서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은 정책 가이드라인을 연방 정부에 제공하고 정책 개선 방안을 조언하는 SBST(The Social and Behavioral Sciences Team)를 2015년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별도의 전담 조직이 설치된 적은 없지만, 일부 중앙부처와 지방 자치 단체에서 행동경제학을 접목한 공공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행동경제학이 인간의 특성을 바라보는 관점과 그에 관한 몇 가지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행동경제학이 전통 경제학에 던진 화두는 현실 속의 인간의 모습에 대한 경제학의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전통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인간의 합리성은 현실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을지라도 여전히 유용합니다. 이상적인 가정에 근거한 경제 이론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해왔고, 이는 인간으로 하여금 현실이 지향해야 할 바를 알고 실천하도록 도와 왔습니다. 행동경제학은 앞으로도 경제학이 다양한 관점의 통찰을 통해 인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현실을 더 정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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