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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이 무심코 넘긴 정보들이 성공의 발판 일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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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I,, 정말 과학적일까?

by Dr.PTY 2022. 5. 26.

국내에서 급격히 유행하고 있는 MBTI 열풍이 식을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다.인터넷에는 MBTI 관련 밈과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죠. 일부 네티즌들은 ‘MBTI는 과학’이라는 우스갯소리를 하며 모든 상황에 MBTI를 대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짜로 MBTI가 과학의 범주에 속한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왜 MBTI를 과학이라고 할 수 없을까? 어떤 사실을 과학적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MBTI 검사는 무엇인가?

▲ 사진 1

먼저 MBTI 검사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MBTI는 프로이트의 제자이자, ‘콤플렉스’와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칼 융의 심리 유형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미국의 심리학자인 캐서린 브릭스와 이자벨 브릭스 마이어 모녀가 1900년에서 1975년까지 연구하여 개발했는데요, MBTI라는 이름도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검사를 제작한 모녀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입니다.

융의 심리 유형론은 융이 정신과 의사로 일하면서 경험하고 관찰한 것들을 토대로 합니다. 이 이론의 요점은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하고(인식 기능),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근거해서 행동을 위한 결정을 내릴 때(판단 기능) 각 개인이 선호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MBTI는 사람들을 외부로부터 정보를 수집할 때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사실형, S)과 직관에 의존하는 사람(직관형, N), 그리고 인식된 정보를 가지고 행동을 위한 판단을 내릴 때 사람들과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감정형, F)과 원리와 원칙, 진실을 좀 더 중시하는 사람(사고형, T)으로 각각 분류합니다. 인터넷에서는 S는 이타적이고 N은 이기적이라거나 F는 감정적, T는 논리적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매우 단편적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게 한 마디로 뭉뚱그린 내용이기 때문에 MBTI 성격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입니다.

이와 함께 에너지의 방향성에 따라 외향(E)과 내향(I)을 구분하는데, 이는 낯가림의 여부보다는 관심이 외부 세계에 집중되어 있는가, 혹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되어 있는가와 관련이 깊습니다. 외향인과 내향인 모두 낯을 가릴 수도, 가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외향인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 데 비해 내향인은 혼자 생각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에너지를 재충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생활 양식에 따라 판단형(J)과 인식형(P)을 구분하는데 판단형은 활동을 계획하고 일을 조직적, 체계적으로 처리하는 반면, 인식형은 삶을 통제하기보다는 상황에 맞추어 융통성 있게 살아가는 편이라고 합니다. MBTI는 이렇게 사람들을 네 가지 항목 당 두 개의 상반된 지표를 조합해 총 16가지의 성격 유형으로 분류하지만 좋은 성격과 나쁜 성격을 따로 구분하지 않으며 각 성격의 단점이 아닌 장점에 집중하여 사람들의 가능성을 보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MBTI는 왜 과학의 범주에 들어가지 못할까?

MBTI는 심리 유형 이론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과학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왜 MBTI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는지 깊게 알아보겠습니다. 과학자들은 어떤 특성을 가진 대상을 과학적이라고 정의할까요?

▲ 사진 2

저명한 과학철학자 칼 포퍼는 과학에 대한 핵심적인 관점을 제시했습니다. ‘반증주의’가 바로 그것입니다. 가령, 누군가는 지적 능력을 가진 외계 생명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지적 능력이 있는 외계인을 발견하는 순간 그 생각은 거짓으로 판명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요? 지금까지 지적 능력이 있는 외계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있는 외계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설이 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을 뿐 어딘가에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가설이 거짓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면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살아남은 가설이라도 그것이 백 퍼센트 참이라는 것은 확신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의 과학적인 ‘사실’들은 반증 가능성을 내포합니다. 오랜 세월 참으로 받아들여지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속력에 대한 견해가 뉴턴이 제시한 관성의 법칙으로 반박당하고, 또 그 뉴턴의 고전역학마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일부가 뒤집혔듯이 말입니다.

따라서 포퍼는 과학적인 것은 일반적으로 쉽게 생각하듯이 절대 뒤집을 수 없는 것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실험 등을 통해 반박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가설이 과학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비판을 수용하고 가설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도록 열려 있는 것이 과학의 ‘덕목’이라고 주장하죠. 포퍼의 주장에 따르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과 같은 학문은 뚜렷한 인과관계를 갖는 근거가 부족하고 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실제 임상에서 환자들의 증상을 해소하는 데 탁월한 결과를 보인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과학적 가설로서의 가치는 적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획기적인 블랙홀 가설을 발표했음에도 노벨상을 받지 못한 이유 역시 기술적으로 블랙홀이라는 존재를 반박할 시도조차 어려웠기 때문이죠.

반증주의의 관점에서 어떤 사실을 과학적이라고 말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논리적으로 논박할 수 있는 근거들을 갖추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MBTI는 단순히 통계적으로 사람들을 유형화한 뒤 각 집단의 대표적인 특성을 기술한 것입니다. 즉, 사람들을 유형화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고 각 지표와 특성 간에도 기껏해야 상관관계 정도만 찾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생활에서 사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과는 별개로 과학의 범주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MBTI는 유사과학인 것일까?

▲ 사진 3

MBTI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유형처럼 유사과학에 속하는 것일까요? 유사과학(의사과학, Pseudoscience)은 과학적인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구성된 진리라고 여겨지는 어떤 지식이나 이론들을 칭하는 말입니다. MBTI가 과학이 아니라는 것은 앞서 확인했으므로 이제 MBTI가 유사과학으로 불리려면 ‘과학적인 방법으로 구성된 진리라고 여겨지기’라는 조건만 충족하면 됩니다.

사실 MBTI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력 부족과 공업 수요 증가로 남성 중심적이던 산업계에 여성들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개발되었습니다. 다양한 구직자의 성향을 파악하여 적합한 직무를 찾게 할 목적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심리학 연구가 이어지면서 심리학계에서는 사람의 성격을 유형화하여 판단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스펙트럼 상에서 인간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최근 임상 현장에서 내담자의 성격 요소를 파악하는 도구로는 MBTI 검사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척도 상의 스펙트럼으로 결과가 표현되는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를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리학계에서는 MBTI 검사 결과를 학문적 도구로 사용할 만큼 신뢰도와 타당도가 높다고 여기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대 심리학계의 태도로만 보면 MBTI를 유사과학이나 사이비 과학으로 여기에는 조금 미안한 수준입니다. 그들 스스로 이것을 과학적이라 말하지 않으니까요. 어느 정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성격 분류 체계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표준화 과정이 검증되지 않은 MBTI 검사가 높은 접근성으로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MBTI는 심리학계에서 만든 정식 검사가 존재한다는 점 때문에 검사의 신뢰도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죠. 특히 인터넷에서는 과거에 만났던 특정 유형의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했던 일을 언급하며 해당 유형의 사람 전체를 매도하거나 그 유형의 사람은 절대로 주변에 두지 않겠다는 등의 글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될 경우 MBTI를 맹목적인 과학적 진리로 여겨 ‘유사과학’이라고 불리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을 분류하는 MBTI, 생물분류학과 다른 점은?

앞서 MBTI를 ‘어느 정도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성격 분류 체계’라고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서로를 성격으로 분류했듯 생물도 여러 기준으로 분류되는데요, 이를 정리한 학문이 생물 분류학입니다. 생물 분류학은 생명과학과의 정식 과목일 만큼 많은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의 성격을 분류한 MBTI는 유사과학이라는 오명까지 쓰고, 생물의 종을 분류한 생물 분류학은 과학이 되는 것일까요?

그 대답 역시 분류의 ‘근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MBTI에서 성격 유형을 분류하는 근거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론적 바탕이 되는 칼 융의 심리 유형론도 융의 임상적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융의 학문적인 업적에서 그리 중요하게 다뤄진 이론도 아닙니다. 검사를 제작하면서 통계학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어느 정도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검증하기는 했겠지만 통계적인 연구로는 상관관계밖에 입증할 수 없어 과학적 근거로서 제 역할을 하기에는 조금 부족합니다. 과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험군과 대조군을 비교하여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실험적인 연구 방법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비해 생물 분류학은 초기에는 형태나 사는 곳처럼 단순한 특징을 가지고 분류하기 시작했지만 그 근거가 객관적이고 명확한 편입니다. 더욱이 DNA 염기 서열을 해독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생물 분류에 DNA 염기 서열을 계통학적으로 연구하여 어떤 종끼리 유사성이 많고 또 어떤 종이 또 다른 종에서 갈라져 나와 진화한 것인지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게 되었죠. 과거에는 박테리아의 일종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는 아예 다른 계통으로 분류된 고세균의 정체 역시 이러한 연구 방법을 통해 밝혀진 것입니다. 똑같은 ‘분류’이지만 MBTI와 생물 분류학은 연구 방법 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셈입니다.

▲ 사진 4

MBTI는 일상생활을 즐겁게 해주는 하나의 콘텐츠로 누군가와 말을 트고 그 사람의 대략적인 성격을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러나 MBTI는 인간의 모든 면모를 반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문항에 답하는 자기 보고 형식으로 응답을 100%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혈액형별 성격 유형론이나 효과를 알 수 없는 건강 기능성 제품과 같이 유사과학으로 치부하기에는 모호합니다. 그렇다고 맹신하여 MBTI 유형에 따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도 지양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흥미로운 화제가 되어준 MBTI를 적당히 몰입하여 즐길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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